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개인들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고 부동산과 예·적금에 편중된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위해 비과세 상품의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서울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빌딩 불스홀에서 열린 ‘투자형 ISA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저금리·고령화시대에 투자형 ISA 도입을 통해 개인들의 투자자산 비중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참여하는 모습들이 적극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연금. 개인연금, ISA 계좌를 열어보면 여전히 안전자산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ISA 제도란 하나의 계좌에 예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계좌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 잔고는 7조8000억원 수준으로 계좌는 191만8000개에 수준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일몰제 폐지, 가입 대상 확대, 주식편입 허용 등을 도입한 이후 올해부터는 기존 일임형·신탁형에 투자중개형 ISA가 추가됐다. 주식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대되면서 투자중개형 ISA 가입자 수가 늘고 있지만 계좌 내에 안전자산을 담은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해외사례를 보면 자산증식 목적에 맞게 ISA 편입 가능 자산에 있어 안전자산 투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일본 ISA 제도의 경우 편입가능자산을 보면 상장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공모펀드 등만 가능하게 했고 예적금과 채권을 배제했다. 영국의 경우 예금형과 증권형으로 ISA를 나눠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증권형의 경우 상장주식, 펀드, 보험, 채권에만 투자 가능하도록 했다. 세제 혜택도 보면 영국과 일본은 납입금으로부터 발생한 수익 전액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ISA 잔고를 보면 예적금 비중이 72%로 가장 크고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등도 더하면 안전자산 비중은 82%에 달한다”며 “한 계좌에 예금과 투자성 상품으로 모두 포섭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경우 예적금 중심으로 운용되는 지금의 상황이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현행 ISA는 2023년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제(금융투자소득에 대해 5000만원 기본공제 허용)보다도 낮은 세제 혜택을 갖고 있다는 것은 투자 유인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지금의 ISA 체계를 투자형과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한 일반형으로 개편해 가입자가 가입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투자형 ISA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시작되는 금융투자소득세제와는 과세체계를 별도로 규제하고 세수 축소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 연 납입 한도는 2000만원으로 현행을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투자 소득 기본공제가 연간 5000만원이라는 높은 수준에서 소득 공제 혜택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연간 2000만원 한도에 있어 전액 비과세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해도 실제적으로 세수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과세형 투자형 ISA가 도입될 경우 자본시장의 성장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과 예·적금에 쏠린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자본시장 내 안정적인 투자자 기반 확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합리적이고 계획된 방식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증가할 경우 전체 금융자산의 장기수익률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과세 투자형 ISA 도입 공감…"7월 세법개정안에 정책 방향 담길 것"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과세형 투자형 ISA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뤘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2000년~2008년도 국내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가 5%에서 지난해 기준 0.8%로 변화됐다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2023년도 금융투자소득과세가 도입되면 ISA 확대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형 ISA 도입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납입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 담당자는 “금융 자산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최대 납입한도를 증액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SA 계좌는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최대 1억원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 김 담당자는 “미성년자의 경우 소액 중심으로 ISA 계좌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 금융투자를 미리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투자형이나 일반형을 마련할 경우 투자자들이 목적별로 이 두가지를 모두 가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측에선 ISA의 세제 혜택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세제 지원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최근 투자중개형 ISA 도입이후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상품 인센티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라며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 개편 이후 ISA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또다시 예·적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현실적으로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고 과장은 “투자한도와 비과세 한도 확대에 대해선 세제 당국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있어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답했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도 “오는 7월 세법 개정안 발표로 정책 방향이 제시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형 ISA에 대해서 섣불리 입장을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오는 2023년 5000만원 상장주식에 대해 기본공제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구분 지을지, 이월결손금이 발생됐을 때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