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이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TF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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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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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서 의병 범동 役으로 열연 "연기하다 보면 지평 넓어져…세상 바라보는 방법 배워"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지옥'으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한 번에 스타덤에 오른 김신록은 '전,란'으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장르의 특색이 강한 작품부터 어려운 표현력을 요구하는 캐릭터까지 김신록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모두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에게 연기는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방식이자, 팬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자신만의 방법이었다. 김신록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의병 범동 역을 맡은 김신록은 "액션에 처음 도전해 봤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모든 걸 능숙하게 준비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작품은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받은 만큼 김신록은 "모든 게 처음인 작품이었는데 반응까지 좋아서 기분이 정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는 첫 사극이자, 첫 액션이자, 첫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첫 넷플릭스 영화예요. 다양한 첫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는데 성적까지 좋으니까 정말 너무 좋죠. 이 작품을 시작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이 펼쳐질까 기대감이 드는 것 같아요." 김신록이 맡은 범동은 어떤 역경에도 꺾이지 않는 굳센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눈앞에 목표물과 도리깨만 있으면 거침없이 질주한다. 극 중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특성에 맞게 김신록은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해 인물이 전하는 대사를 귀에 착 감기게 했다. 또한 다양한 표정을 통해 범동 특유의 곧은 기개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김신록은 "자령이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인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범동이 이성적이거나 계산적, 혹은 지적으로 보인다기보다는 본능적이면서도 직감적이고 때로는 충동적으로 보이기를 바랐어요. 그렇게 하려면 이 사람의 표정이나 쓰는 에너지의 템포가 어떻게 전달돼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제가 광주 출신이다 보니까 어릴 때 사용하던 사투리 언어를 사용해서 날것 느낌까지 잘 살릴 수 있던 것 같아요."
김신록은 '전,란'으로 첫 액션에 도전했지만 그는 곡물을 터는 농기구에서 적을 제압하는 주무기가 된 도리깨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희열을 안겼다. 또한 상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 그의 쭉 뻗은 발차기는 온몸에 전율을 일게 해 극적 재미를 배가했다. "도리깨는 시범 제작 과정을 많이 거쳤어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제 신체 사이즈나 움직임의 반경에 맞춰서 제작됐죠. 도리깨가 정말로 무겁다 보니까 별수 없이 거칠게 표현됐던 것 같아요. 범동의 액션이 투박하고 거칠게 설계돼 있다 보니까 이게 장점이 된 것 같기도 해요." 범동은 당초 남성 캐릭터로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김상만 감독은 김신록이 '지옥'에서 열연한 표정을 보고 그를 캐스팅하고 싶어 여성 캐릭터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김신록은 "이질감 없이 보여드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초고를 받아봤을 때 범동은 힘을 쓰는 덩치가 큰 남자 캐릭터로 설정돼 있었어요. 여기에서 힘 설정이 빠지고 무기로 도리깨를 쓴다가 추가됐고 나머지는 거의 유사했죠. 그래서 저는 범동을 그저 자령(진선규 분)의 왼팔이자 행동대장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스타일적으로는 치마도 입어보고 앞치마도 둘러보고 추모처럼 갓도 얹어보는 등 여러 가지 시범적인 테스트를 거쳐서 지금의 젠더 중립적인 비주얼의 범동이 탄생했어요." 김신록은 범동을 따로 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 짓지 않고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극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긴 하지만 굳이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 인물의 전사가 특별히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그냥 젠더 중립적으로 연기했어요. 민중을 대변하는 얼굴로 표현하는 데만 집중했죠. 감독님이랑 범동의 전사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은 적도 있어요. 감독님께서는 '범동이 원래 남편과 아들이 있었는데 전란으로 인해 죽지 않았을까?'라고 하셨지만 저는 산에서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면서 야생 동물도 잡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죠."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김신록은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재벌집 막내아들' '눈물의 여왕' 등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김신록은 "평행 우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무대인사를 하느라고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서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3년 전에 '지옥'이 온 스크린 부문에 선정돼서 똑같이 야외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서 있던 때가 있었어요. 그 순간이 오버랩되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나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내가 이렇게 말할 유일한 기회일 테니까 작품에 대한 얘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서 드레스를 입고 또 너무 좋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이같은 인기에 방증해 김신록은 지난 5월 첫 번째 팬미팅 '오월의 신록'을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김신록은 "유치원 때 이후로 이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받아본 게 처음이라서 되게 신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팬분들을 비롯한 시청자분들은 저한테 좋은 연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 그 속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 팬분들도 그 모습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힘 있고 밀도 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제가 팬분들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자 우리가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매 작품마다 강렬한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김신록이기에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김신록은 "넷플릭스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전,란'에서도 책으로 세상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통찰이 녹아나게 연기해야 하는데 그걸 하다 보면 세상을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워요. 그러다 보니 저도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미덕이자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의 행운이라고 생각해요.(웃음)" subin7134@tf.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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