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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서복' 죽음을 향해 걷는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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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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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리뷰
공유·박보검 주연
서로 구원하는 특별한 동행
죽음 향한 두려움
극복 후 마주한 삶의 의미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잠드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한 번도 잠들어본 적 없어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은 죽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줄 실험체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그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과 만난다.
기헌은 뜻밖의 사건으로 동료를 잃은 과거에 매몰돼 살아간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 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며 죽음을 향해 걸어가던 기헌에게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임무가 주어진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


서복은 생애 처음으로 실험실 밖으로 나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
기헌이 그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동행한다.
처음으로 바깥세상으로 나온 서복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시장에 모인 사람들, 호호 불어 국밥을 먹는 모습, 구불구불 라면, 진열장에 걸린 멋진 옷이 신기하기만 하다.
매일 실험실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등에 주사를 맞으며 온몸의 핏줄을 타고 전해지는 고통과 싸우던 것이 세상의 전부였던 서복의 눈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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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원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집단이 뒤를 쫓는다.
기헌은 그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두 사람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먼 여정을 떠난다.


영화의 재미는 서복과 기헌의 동행에 있다.
서로를 알아가며 변화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두 사람, 유한한 삶을 사는 기헌과 죽지 않는 무한한 존재 서복이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며 서로를 구원한다.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삶의 의미와 마주한다.


화려한 볼거리를 지닌 SF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서복'은 두 사람의 여정을 통해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서복은 기헌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감독은 원초적, 근원적 질문을 서복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전한다.
삶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이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하찮음, 어리석음 등을 통해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에, 그 누구도 주제적 물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용주 감독은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서복'으로 돌아왔다.
중국 진나라 시절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신하 서복이라는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죽음을 바라보는 두려움을 여러 시선에서 그렸다.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 '불신지옥'(2009)의 평행선에 놓여있다는 인상을 준다.
당시 감독은 무속신앙과 기독교를 절묘하게 연결해 공포를 이끌었다.
'서복'이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감독은 인간의 두려움이라는 주제에 복제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섬세한 연출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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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은 배역과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준다.
존재 자체로 판타지인 서복은 비주얼 역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배우가 지닌 순수함, 소년미가 서복에 잘 어울려 몰입을 돕는다.
서복이 울고, 웃고, 심지어 피를 토하는 장면마저 인상적이다.
순간순간 비치는 서늘한 눈빛에서는 박보검의 새로운 얼굴과 마주하게 한다.


공유가 연기한 기헌은 '도가니'(2011), '용의자'(2013), '밀정'(2016) 등에서 선보인 고뇌와 액션 등 겹치는데 밀도 높은 감정으로 서복을 든든히 받친다.


'서복'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재차 연기된 끝에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 티빙에서 오리지널 영화로 15일 공개됐으며, 이날 극장에서도 동시 개봉한다.
안방과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를 관객들은 어떤 방식으로 즐길까. 각자의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까, 아니면 극장으로 향할까. 당초 텐트폴 영화로 개봉을 준비하던 '서복'의 이례적 행보에 영화계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향후 한국영화 제작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지, 어떤 영향을 줄지 '서복'의 결과가 여러모로 주목된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15일 공개·개봉.


사진=CJ ENM, 티빙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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